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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보 요르단:
국가 탄압에도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연일 벌어지다

요르단 시위 전개의 최신 상황과 다른 아랍 국가들의 시위 소식을 2024년 4월 1일 추가했다.

요르단은 팔레스타인 억압의 핵심 공모국인 동시에 중동 제국주의의 ‘약한 고리’이기도 하다 ⓒ출처 fatehrc.org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국경을 맞댄 요르단에서 전투적인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분출했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는 1주일 연속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3월 24일부터 수천 명이 매일 타라위(라마단 기간 저녁 예배 ‘이샤’ 이후 추가로 하는 특별 예배) 직후 이슬람 사원 앞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이스라엘 대사관 앞으로 행진했다.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 독립!”

“암만과 가자의 운명은 하나다!”

“시온주의 대사관은 요르단 땅에서 꺼져라!”

시위대는 1994년 이스라엘과 맺은 외교 관계 정상화 협정 폐기와 이스라엘 천연가스 수입, 이스라엘로의 식료품 수출 등 이스라엘과의 무역 중단을 요구했다.

또, 시위대는 아랍 정권들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봉쇄에 협조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가자지구에 인도적 구호품을 육로로 즉각 반입할 수 있도록 하라고, 요르단 정부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맞댄 국경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자유 통행을 허가하라고 요구했다. 국경 개방은 시위대의 핵심 요구 중 하나다.

시위대는 투지가 넘쳤다. 시위에 참가한 33세 청년 니르민 아얌은 〈요르단 타임스〉에 이렇게 전했다.

“라마단 기간인데도 거리가 시위대로 가득합니다.

“우리는 6개월 전 시작한 일을 완수하러 거리에 나왔습니다. 전쟁을 즉각 멈추고 가자지구로 인도적 지원을 모두 반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말입니다.”

시위 참가자 칼레드 알주흐니는 현지 언론에 이렇게 전했다.

“남녀노소 모두가 시위에 참가합니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알아크사 성전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가자지구 중심부에 있는] 알시파 병원을 공격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존엄을 훼손하는 것을 규탄합니다.”

정권의 물리적 탄압도 이 운동을 막지 못했다. 3월 25일 시위 진압 경찰과 보안 병력이 최루탄과 곤봉으로 시위대를 공격해 최소 200명을 체포했지만, 그다음 날 시위 규모는 더 커졌다.

저항은 암만 바깥 지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3월 31일에는 암만 북쪽 20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바까아 난민촌(팔레스타인 난민 약 10만 명이 산다)에서 청년들이 전투적 시위를 벌여 요르단 보안 병력과 충돌했다.

바까아 난민촌 시위 직후 요르단 공안국은 “폭력 행위, 기물 파손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대중의 불만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고 “의사 표현의 권리를 침해하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에 같은 날 늦은 시각 요르단 청년 단체들은 암만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공동 성명을 발표해, “가자지구의 저항을 지지하고 요르단 정부가 이스라엘과 일체의 교류를 끊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시위를 지속하자고 호소했다.

탄압을 뚫고

요르단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팔레스타인계여서 팔레스타인 연대 정서가 강력하고, 이스라엘의 학살에 대한 분노가 특히 크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충실한 동맹인 요르단 왕가는 요르단에서 분노가 폭발하지 않게끔 단속하려 애써 왔다.

정권은 주 1회 금요일(무슬림의 휴일)에 제한적으로 시위를 허용해 분노를 표출할 수 있게 허용했고, 국왕 자신이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공중 투하하는 ‘쇼’를 벌이며 대중을 달래려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이 반년째 계속되면서 그런 기만이 통할 여지가 점점 줄고 있다.

요르단 정보기관 GID의 전직 수장 사우드 알샤라파트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될수록 “요르단 사회의 분노가 완전히 통제 불능으로 치닫지 않게끔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국가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3월 28일 자 〈워싱턴 포스트〉).

실업률이 22퍼센트를 웃도는 심각한 경제난도 대중의 분노가 커지는 데에 한몫하고 있다. 요르단은 인구에서 난민 비중이 높아 나라 전체가 거대한 난민 수용소에 비유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심지어 경찰 내부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진압하는 데에 거부감이 감지되고 있다고 알샤라파트는 토로했다.

고무

요르단의 전투적 시위는 다른 나라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도 고무하고 있다.

요르단 시위 3일 차인 3월 26일, 이집트 카이로에서도 요르단 시위에 연대해 정권의 단속을 뚫고 수백 명이 시위를 벌였다.

중동 전문 매체 〈미들 이스트 모니터〉는 “이집트와 요르단의 시위대가 서로 구호를 주고받고 있다”고 전했다. 요르단 시위대가 “이집트인들도 우리와 운동을 함께 건설하고 있다”고 외친 다음 날, 이집트 시위대가 “이집트도 아직 살아 있다”고 화답하며 서로를 고무하는 장면을 보도한 영상들이 SNS에 널리 공유됐다.

3월 26일 이집트 언론노조 건물 앞에서 열린 이집트 활동가들의 가자지구 연대 시위 ⓒ출처 Marwan Awad (페이스북)

3월 30일에는 ‘팔레스타인 땅의 날’을 맞아 모로코·튀니지·이라크 등 여러 나라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팔레스타인 땅의 날’은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에 맞서 팔레스타인인들이 1976년에 벌인 대중 봉기를 기리는 날로, 중동 여러 나라들에서 매년 이날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올해는 이들 나라에서 시위가 예년보다 크고 기세 좋게 벌어졌다. 모로코와 이라크에서는 대규모 거리 시위대가 진압 병력과 충돌했다.

중동 여러 나라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서로를 고무하며 성장하고, 또 다른 쟁점들과도 연결돼 더 나아가면 이 지역 전체를 뒤흔드는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2011년 이집트 혁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정치 행동의 포문을 연 것은 2000년 팔레스타인의 제2차 인티파다에 연대하는 운동이었다. 이 운동은 이집트 정권을 직접 공격하는 정치 투쟁과 생계비 위기에 맞서는 노동자 투쟁을 모두 자극했다.(관련 기사 본지 496호 ‘[기획 연재] 팔레스타인, 저항, 혁명 ─ 해방을 향한 투쟁 ⑥ 아랍 세계의 혁명과 반혁명’)

요르단의 전투적인 팔레스타인 연대 투쟁이 그런 흐름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