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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의 약진이 뜻하는 것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월 3일 창당한 조국혁신당이 약진하고 있다. 창당 11일 만에 당원 10만 명을 돌파했다.

정당 지지도는 4~5퍼센트 수준이지만 정당 투표에서 어느 당을 찍겠느냐는 질문에선 15~25퍼센트가 나온다.

지역구에서 윤석열 정부를 반대해 민주당을 찍겠다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조국혁신당으로 이동한 것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탄핵 등 자유민주주의적 차원에서는 급진적인 면도 있지만, 인적 구성과 정강·정책 모두에서 현재 노동계급 등 서민들의 삶에 절실한 사회경제적 개혁에는 진지한 관심이 없다 ⓒ출처 조국혁신당

문재인 정부의 국무총리와 민주당 당대표를 지낸 이낙연이 온건 보수층을 붙잡으려고 탈당해 만든 ‘새로운미래’의 초라한 처지와 비교하면, 진정한 개혁 염원 정서가 와해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런 정서를 선명하게 반영하고자 조국혁신당이 민주당보다 더 강경하게 ‘윤석열 검찰 독재 반대’를 내세우는 것이다. “3년도 길다”는 슬로건을 내걸어 윤석열 탄핵 추진 의지도 시사했다.

제1호 법안으로는 한동훈 특검법을 제시했다(김건희 비난자 고발 사주 의혹,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소송 패소 유도 의혹, 한동훈 자녀 입시 비리 의혹).

조국 대표는 자신이 단지 민주당 지지표에 숟가락을 얹은 것이 아니며 자기 당이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이고 개혁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조국 대표는 3월 8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관한 한국여성대회와 3월 16일 촛불행동이 주최한 윤석열 퇴진 전국 집중 집회에도 당 간부들과 함께 참가했다.

진정한 사과와 반성은 없음

조국 대표의 2019년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논란 등을 생각하면 조국혁신당의 약진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이 사안들의 진상과 무게에 비춰 보면 조국에 대한 검찰 수사가 터무니없이 균형이 맞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의 몇몇 위법 사실들을 중대 권력형 범죄라고 볼 수는 없다. 또, 정부·여당이 한동훈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이나 김건희 비리 의혹 등을 무마한 것과도 뚜렷이 비교된다.

그럼에도 조국의 계급 특권 옹호에 대한 청년층의 실망과 분노는 정당하다. 당시 본지의 비판은 조 대표가 단지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검찰에 부화뇌동한 것이 아니었다.

재판에서의 유무죄 판결과 무관하게 조국의 자녀 입시 비리 문제는 계급 특권을 행사한 것이고, 이는 학벌과 계급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청년들에게 충격을 줬다. 입시 경쟁, 학벌주의, 취업 경쟁에 찌들린 청년 세대는 커다란 실망과 환멸을 느꼈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약속에 가장 기대를 건 집단이었다.

조국혁신당이 약진한 여론조사에서도 20대 지지율은 극히 낮다.

특히, 조국 본인이 법무부 장관 청문회 때 자신을 “사회주의자”(실제로는 ‘진보적’ 자유주의 사상을 뜻한다)라고 했으니 더더욱 위선과 배신으로 비쳤을 것이다.

그러다가 검찰·경찰을 이용한 윤석열 정부의 정적 탄압이 전개되면서 조국 대표에게 재활의 기회가 온 것이다.

조국 대표는 창당 과정에서 자신의 말과 실천이 달랐음을 사과했다. 그러나 계급 특권 행사 문제는 아니었다.

그가 해야 할 진정한 사과·반성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염원 배신을 인정하고, 그의 당은 사회경제적 문제들에 대해 친노동계급적인 안을 내놓고 진지하게 실천할 것을 다짐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실상은 자유주의

조국혁신당 간부층의 구성을 보면, 그렇게 실천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 관료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고, 기업인, 교수 등 전문직이 대부분이다. 윤석열 퇴진 촛불 집회를 이끌어 온 촛불행동의 공동대표가 두 명(시민운동가들)이나 조국혁신당 비례후보로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3월 18일 발표한 비례후보 명단을 보면 10번 안에 조국 본인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된 관료 출신자가 7명이다. 조국 본인은 비례 10번까지 당선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후보 전체를 봐도 관료 출신자 외에 여성 기업인 출신자들이 눈에 띄는 반면, 노동운동·사회운동 출신자는 한 명도 없다.

간부층의 인적 구성만이 조국혁신당의 자유주의적 본질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조국혁신당의 강령에는 “노동”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안 나온다. 이 당의 강령이 강조하는 ‘민생경제’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회복을 의미한다.

“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적극적으로 육성 지원하고 ... 중소기업과 자영업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대기업과의 상생을 촉진하여 민생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행동한다.”

이처럼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탄핵 등 자유민주주의적 차원에서는 급진적인 면도 있지만, 인적 구성과 정강·정책 모두에서 현재 노동계급 등 서민들의 삶에 절실한 사회경제적 개혁에는 진지한 관심이 없다. “사회주의자”나 좌파가 지지할 만한 정당은 아닌 것이다.

민주당이 반윤석열만 말하고, 생계비 위기 등 사회경제적 문제에서는 전혀 진지하지 않아서 노동자 등 서민 대중이 다소 마뜩잖아 하는 상황을 노동운동과 좌파 정당들이 투쟁으로 파고들지 못하자 조국혁신당이 반사이익을 얻는 듯하다.

물론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반감을 조국혁신당 지지로 표현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을 생각해 우리는 조국혁신당을 찍지 말라고까지는 주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투표를 넘어 전망해 보면 노동자들은 그보다 더 좌파적인 정당을 건설하는 데 스스로 보탬이 될 수 있다.